Happy New Year!!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벌써 2021년이네요. 

2020년 맞이한 게 어제 같은데; 

 

 

 

 

 

다들 그렇겠지만 2020년은 기억이 잘 안나요.

코비드 19 환자들 발생, 받기 시작한 후로 그것밖에 기억이 안나요.
직장 동료들도 3월 이후로는 기억이 안난다며 ㅋㅋㅋ

서방도 그래요.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했기에 집-일-집-일 밖에 기억이 안난다며 ㅋㅋㅋ

감사하게도 저희 둘 다 계속 일을 할 수 있었기에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엄청나긴 했지만 생계유지 걱정은 없었죠 ㅎㅎ

 

 

코비드 환자들을 간호하면서 여러가지를 경험했어요.

간호사로 일 한 지도 어느새 4년이 넘어가는데
그 기간동안 많은걸 보고 배우고 경험했다고 생각했었어요.
기고만장한 생각이었죠...

코비드 환자들을 간호하기 시작하면서
여태까지의 경험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걸 깨달았어요.

환자들만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서도 공포, 두려움, 막막함을 느꼈어요.
그 누구도 코비드19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으니까요.
그래도 환자들에게 저의 두려움을 전하면 안되니까.
이미 무서워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저의 무서움, 걱정을 더해 일을 더 힘들게 하면 안되니까.
입 꾹 다물고, 웃으며 내려진 지시대로 환자들을 간호했어요.

보통의 호흡계 질환 환자들보다
훨씬 더 빨리 변하는 환자들의 상태를 보면서 무서움을 느꼈고,
급격하게 변화는 환자 상태를 보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믿지않는, 별 것 아닌 듯 하는 의사에게 화가 나기도 했고,
제대로 숨을 고르지 못해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해 신경질을 내는 환자에게 화가났지만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엄청나게 아픈 자신이면서도 대화를 나눌 때 마다 감사의 말을 전하는 환자에게 감사하기도, 마음 아프기도 했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를 보지 못해, 돕지 못해 마음아파 병원으로 전화 해

화내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고마워하기도 하는 가족들에 화나기도, 마음아프기도 했어요.

 

병원에 올 때는 저랑 아무 문제없이 대화를 나누던 환자들의 상태가 확확 변하면서 

입원 당시에는 풀 코드 (Full Code) 로 응급상황이 생길 시 환자를 반드시, 어떤 방법으로도 소생시켜야하는 상태였다가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면서, 환자가 포기하면서, 코드 상태가 달라져 

소생시키지 말라는 소생금지 코드 (Do Not Resusitate) 나 제한된 코드 (Limited code) 상태로 바뀌면서

치료과정 자체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바뀌는 걸 보았어요.

호스피스 (Hospice), 생의 마지막을 편히 보내기 위한 간호도 많이 했지요.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많은 환자들이 하늘나라로 가는걸 도운건 처음이었고,

한동안 그 때문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기도 했어요.

 

당시 퇴근하고 서방이랑 대화나눌 때 서방이 일 어땠냐고 물어보면 

그냥 아무 말 없이 엉엉 울었던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이렇게 새해맞이 포스팅 쓰기 시작한 게 

미국 시간으로는 2020년 12월 31일, 한국 시간으로는 2021년 1월 1일이었는데

쓰다가 감정이 격해지고, 다시 눈물나고 그래서... 

당일에 마무리 못짓고 열흘 즈음 지난 오늘 이렇게 마무리하네요. 

 

 

 

 

 

병원에는 엄청나게 아픈 환자들로 가득해요. 

중환자실의 90%가 코비드 환자들이고 빈 방이 없어서

저희 병동에서 인공 호흡기 (ventilator) 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중환자실로 못옮기는 경우가 많아요. 

 

오버타임으로 일하는 경우가 허다함에도 불구하고 

오프날마다 병원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문자가 자꾸 날라오고,

환자들 간호하는데 필요한 가운들, 마스크들, 산소 공급에 필요한 도구들이 부족하다는 말이 자꾸 들리고 

매번 일하러 갈 때 마다 엄청 아픈 환자들이 가득한데 직원들이 부족해 힘드네요.

 

백신이 나왔지만, 백신은 100% 병을 피할 수 있는게 아니라 

질병에 걸렸을 경우 병의 정도를 완화시킬 수 있는거라 

희망을 가질 수는 있지만, 눈 깜짝 할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그냥저냥 하루하루 살아나가고 있네요.

 

 

 

 

 

새해의 첫 포스팅을 이렇게 어둡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네요. 

 

지금 저의 상태랄까. 

허허;;

 

항상 건강하시구요~ 

마스크 잘 쓰시고, 거리두기 잘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21년에는 좋은 일만 생기시길!! 

 

오늘도 와주셔서 감사해요~ ^_^